0. 책을 읽게 된 계기
요즘 뉴스나 매체 댓글을 보면 서로 비방하고 그에 동조하는 글들이 많다. 그런 글들을 보고 있을 때면 최근 몇 년들어 사람들이 화가 많아지고 상대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.
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에게, 그리고 타인에 대한 여유가 사라진 사람들에게 '다정함'이 얼마나 생존에 유리한지 과학적으로 설득하려는 것 같아 흥미가 생겼고, 타인에게 다정한 사람이 마냥 호구나 바보가 아니라는 근거를 줄 것만 같아서 읽게 되었다.
1. 나에게 영향을 준 파트 & 책을 통해 느낀 생각
초반
다윈의 '종의 기원'이 책 초반 내내 비둘기 얘기만 하는 것처럼, 이 책도 9 챕터 중 무려 5챕터가 ( ~ 168 page) 동물과 사람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. 아마 뒷 부분에서 하고 싶은 '사람'의 이야기에서 설득력을 쌓아 가기 위한 과정인 것 같아 보인다.
개나 보노보 등의 동물들을 통해서 가축화가 동물에게 어떤 외.내형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는데,
친화력이 동물들의 인지능력, 특히 협력과 의사소통 측면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근거가 하나 둘 쌓이고 있다.
- 82 page
인간도 동일하게 '자기가축화'를 통해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.
8만 년 전에 일어난 사람의 자기가축화로 폭발적 인구 증가와 기술 혁명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화석 기록에서도 확인된다. 친화력이 여러 집단의 혁신가들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기술 혁명을 추동한 것인데, 이는 다른 어떤 사람 종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. 자기가축화가 우리 종에게 준 막강한 능력으로, 진화적 시간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, 우리는 세계를 제패했다.
그리고 다른 사람 종들은 하나하나 멸종되어 사라졌다.
- 167 page
그러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. "우리는 탁월한 친화력과 극악무도한 잔인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?"
중후반
이런 친화력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이 지금 왜 서로를 비난하고 혐오할까?
책에서 말하기를 사회심리학의 기본 원리는 사람들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. 즉 경쟁 집단에 속한 타인을 대할 때 반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는 것이다.
이런 감정이 드는 원인을 타인을 비인간화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. 어느 실험에 따르면(Lasana Harris & Susan Fiske) 사람들이 인정과 능력을 토대로 사람을 분류하고 낮은 범주의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.
다른 범주의 사람들을 볼 때보다 낮은 능력, 낮은 인정 범주의 사람들 사진을 볼 때 사람들의 뇌에서는 편도체가 더욱 활성화되었다. 이는 사람들이 낮은 능력, 낮은 인정 범주의 사람들에게 더 위협을 느끼며 이들의 정신이 온전히 사람답다고 인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.
- 185 page
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는 앨버트 밴듀라(Albert Bandura)의 비인간화 실험인데,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감독관 역할을 맡아 전기충력을 이용해서 학생에게 학습을 시키라는 지시를 받는다. 그리고 학생이 오답을 말할 때마다 가할 충격의 강도(약 ~ 강)를 결정하게 했다. 일부 감독관에게는 책임이 오로지 본인에게 있다고 하고 다른 일부에게는 책임을 다른 감독관들과 균등하게 나눈다고 하였다.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본인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느낀 감독관들이 더 강한 충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. 또한 여론이 나쁜 학생에게는 더 강한 충격을 선택하는 경향도 보였다.
실험 내용을 많이 축약해서 적어놨는데 중요한 구절은 아래와 같다.
밴듀라는 평범한 사람이 잔인한 행동을 했을 때, 그 행동이 누군가의 명령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그 잔인한 결정의 책임을 여러 사람이 나누었기 때문은 아닌지 알고자 했다.
- 215 page
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은 사람에게 해를 가했을 때는 징벌을 가한 사람 스스로 자신을 면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, 징벌을 받은 사람이 고통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전기충격을 더 강화해야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. 밴듀라는 비인간화가 인간의 잔인성을 설명해주는 중심 요소라고 결론 내렸다.
- 217 page
나는 이 실험을 통해서 타인을 비인간화 할 때 타인의 동조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. 그냥 딱 이 파트를 읽을 때 인터넷을 통해 필터없이 타인의 생각을 흡수하고, 부정적인 댓글에서 서로 동조하면서 결정의 책임을 여러 사람이 나누기 쉬운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.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처럼 타인의 삶과 생각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때도 없었을 거 같다.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화가 많나? 불만이 많나?하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.
그 뒷 부분에는 정치인들이 상대 진영을 "비인간화"하고 지지자를 만드는 얘기를 하는데, 정치적인 생각이 살짝 들어가 있는 거 같아서 여기엔 적지 않을 예정이다.
2. 책 읽은 이후 생각 변화 or 느낀점
이 책은 레퍼런스만 거의 80 page가 될 정도로 과학적인 이야기가 많다. 사실 그래서 읽기가 좀 어려운 책이었다. 읽기 전에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'왜 타인을 혐오하는 마음이 생길까', '왜 다정함이 살아남을까' 였는데 진화론적인 이야기부터 정치까지 쉽지는 않았던 거 같다.
그런 어려운 이야기 속에서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유전, 진화나 정치 등 보다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지 않고 '다정하길'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.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인 '친화력', '협력' 등을 근거로 들어서 다정한 사람들이 생존에 유리하니 부디 서로 친절하고 다정하세요! 라고 부탁하는 것 같은 책이었다.
'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' 지금까지의 인류사는 그랬다. 하지만 덕분에 많이 죽기도 했다. 가족과 친구, 부족을 향한 편협한 다정함이, 더 넓은 집단을 향한 보편적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?
- 312 page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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